카타야마쿄이치 지음 | 안중식 옮김 아내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산다. 결혼 후 몇 년간을 제외하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읽는 책의 종류도 다양해서 문고판 로망스 소설을 비롯해서 의학추리소설이나 외국번안소설, 국내 신간소설 등 대부분의 소설은 섭렵하는 수준이다. 나도 책 읽기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내만큼의 다독을 즐기지는 못한다. 나는 읽고 난 후의 긴 여운을 즐기는 편이다. 때문에 책을 빌려 읽기 보다는 사서 읽고 두고두고 꺼내 다시 읽는 편이다. 물론 아내는 그러지 못한다. 아내는 속독도 뛰어나 사, 오백 페이지의 분량은 하루에 거뜬히 읽어낸다. 며칠 전에도 나흘 동안 읽을 책을 빌렸다며 몇 권의 책을 들고 들어온다.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일본에서 영화로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소설인 것 같다. 이미 국내에서 상영한 영화를 본 딸아이에게 물었더니 ‘적극추천’ 이란 대답. 읽는 내내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사쿠와 아키. 그 또래에서 해 봄직한 생각들과 행동들. 열다섯 살 어린 소년 소녀들의 순수한 사랑과 이별이 잔잔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딸아이와 함께 소설과 영화가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니 영화가 좀 더 감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소설은 차라리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 사쿠가 하늘로 손을 뻗어 둥그런 곡선을 그리며 아키를 뿌리는 마지막 장면. 애뜻함이란 이런 것일까. 포근하게 밀려오는 감동때문에 웃으며 책장을 덮는데, 다 읽었으면 어서 달라며 서 있던 아내가 ‘왜’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브 헤롤드가 지었으며 국내에서 강병철 씨가 번역한,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은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에서 2020년 발행된 도서다. 원작은 이브 헤롤드(Eve Herold)가 2016년에 출간한 (인간을 넘어서)이다. ‘트랜스 휴머니즘의 현재와 미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 시선이 간 것은 인간과 로봇이 결합된 표지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트랜스 휴머니즘의 현재와 미래 본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바로 트랜스 휴머니즘이다. 트랜스 휴머니즘은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문화적 운동을 말한다. 이를 위해 인공장기, 로봇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융합 기술로 이용하여 인간의 장애, 노화, 질병, 죽음과 같은 것을 극복하려고 한다. 트랜스 휴머니스트들은 인류가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존재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이렇게 변형된 인간은 포스트 휴먼(posthuman, H+)이라고 이름 붙였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 도서는 1장 <인간과 기술이 합쳐질 때>에서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전반적인 고민과 그 해결 방법을 보여준다. 장기 이식이나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눈이 번쩍 떠지는 해법이 아닐 수 없다. 작가가 설명을 위해 내세운 미래의 가상 인간 빅터의 예를 보자. 30대로 보이는 그는 사실 250살이다. 5, 60대에 심장병을 앓았지만, 인공심장 덕분에 아직도 활력이 넘친다. 당뇨병에도 걸렸지만, 인공췌장을 이식받아 완치되었다. 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지만, 인공 팔을 이식하여 누구도 그의 팔을 인공물이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한쪽 눈에 낀 콘택트렌즈를 통해 자기 몸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전송받는다. 수명이 다한 망막 세포를 컴퓨터 칩으로 교체하여 지금도 세상을 환하게 보고 인식한다. 그는 원할 때는 언제든지 음성 명령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며, 뇌 속에 신경을 이식받아 뇌 기능을 강화했다. 이런 이유로 기억을 확장하고 지식을 다운로드 받아 누구보다 영리하다. 그는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다. 수십억 개의 나노로봇이 몸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질병이나 노화로 손상된 세포를 수리하고, DNA 복제 오류를 복구하며, 암세포는 즉시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소식 그렇다고 빅터가 영원히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그의 아내 일레인은 인공적 생의학 기술을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살다가 늙고 죽을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난소암에 걸린 그녀가 특수 제작된 나노입자를 주입해 몸 안에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을 거부하고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이는 빅터에게 천형처럼 느껴졌다. 사랑하는 일레인을 떠나보낸 후 그녀를 그리워하며 언제 끝날 지 모를 삶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빅터의 이야기는 공상과학의 소재만이 아니다. 수명연장과 능력을 강화하는 첨단기술은 현재 개발 중이다. 그리고 조만간 컴퓨터 기술, 초소형 전자공학, 기계공학, 유전자 치료, 인지과학, 나노기술, 세포치료, 로봇공학 등이 결합된 의학 기술을 이용해 치료받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고민하거나 전혀 대비하지 못한 윤리적 난제들과 마주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기술의 혜택을 우리가 공평하게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게 될까 우리 후손들은 기술에 의해 해방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우리가 로봇들에게 봉사하는 존재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트랜스 휴머니즘의 미래, 아직 난제 많아 특히 질병의 고통이 더 많아지는 현실에서 생명 연장이 가능한 의학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한정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심각한 질병 순으로? 아니면 큰 비용이 들 테니 돈 많은 순으로? 돈이 혜택의 기준이 된다면 인간은 돈에 의해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심각한 존엄성 훼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2장 <원래 심장보다 더 좋아요> 3장 <콩팥, 폐, 잔 질환을 정복하라> 4장 <당뇨병이라고요? 여기 앱이 있습니다> 등에서는 각 질병에 맞서 인공장기 이식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5장 <미군을 주목하라>에서는 의료기술에서 의해 슈퍼 군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군대에서 먼저 개발된 여러 기술이 의료기술로 이어진 예를 든다. 6장 <보다 나은 뇌를 만들기 위해>에서는 알츠하이머병(치매) 정복을 위해 개발 중인 치료법을 소개한다. 7장 <늙지 않는 사회>에서는 항노화 산업과 유전자 치료법의 발달로 늙지 않고 비만을 없애는 사회를 꿈꾼다. 8장 <사회적 로봇의 시대>에서는 미래의 로봇은 인간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이 깊이 관여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질병을 진단하고, 외과적 수술을 주도하는 존재가 된다는 예를 보여준다. 9장 <트랜스 휴머니즘을 넘어>에서는 우리는 이미 트랜스 휴머니즘의 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그것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파도를 이뤄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기 이식 수술을 했거나, 투석 치료를 하고 있는, 그래서 장기의 손상으로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인공장기를 이용하여 정신적, 신체적으로 강화하려는 운동은 시선을 당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본 도서를 완독한 독자라면 책을 덮으며 뇌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